저는 당뇨·고혈압·고지혈증에 스텐트 시술까지 받은 사람이며, 저의 기준은 완벽한 건강식이 아니라, 한 달 이상 꾸준히 먹을 수 있었던 음식과 나만의 먹는 방법을 직접 먹어보고 내 경험을 소개하는 글입니다. 1탄은 감자탕입니다.
시중에 건강에 좋은 음식을 찾기란 생각보다 어렵다.
몸에 좋다는 음식은 많다. 그런데 그중에 내가 한 달 이상 꾸준히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정말 드물다. 저염식, 저당식, 광고인지 훌륭한 마케팅으로 포장된 내용인진 모르겠지만, 나 또한 현혹되고, 또 현혹되어 이름부터 건강한 음식들을 숱하게 시도해봤다. 대부분 3일을 못 넘겼다. 가장 큰 이유는 맛이 없었다.
사람의 혀는 간사하기 그지 없어서 그렇게 죽을 뻔한 수술실의 느낌을 맛보고, 수없는 날을 다짐하며 건강을 잘 지키리라고 다짐하지만 어김없이 그 세치혀에 농락되어 건강식이라고 하는 정말, 저염식, 당뇨식이라고 하는 기준에 맞는 음식, 반찬들은 너무 맛이없어서 삶의 의욕이 생기지 않아서 괴로워 하다가, 그 타협점이 깨지는 날에는 오히려 더 안좋은 자극적인 음식을 먹게 되었다.
그래서 생각을 바꿨다. “가장 건강한 음식”을 찾는 게 아니라, 내가 꾸준히 오래 먹을 수 있는 음식과, 그 음식을 건강하게 먹는 나만의 방법을 하나씩 찾아가기로 했다. 최소한 이 세치혀를 이길 자신이 없다. 그래서 내가 먹어보고 내가 만족하는 음식, 꾸준히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써보고, 그리고 건강하게 먹는 방법을 한번 생각해보면서 먹어보기로 했다. 단 유튜브에 나오는 먹고 그 순간 혈당을 측정하고 1시간, 2시간씩 측정해서 혈당스파이크가 있는지 없는지 하는 그런 식의 음식이 아니라, 그냥 내 주변에 있는 일상의 음식 중에 선택해서 먹어보고, 혹은 어떻게 사람들이 건강을 조금이나마 생각하면 먹는지 알아보고 나또한 실천하면서 먹어본 음식만 올리려고 한다.

왜 하필 감자탕인가
솔직히 감자탕은 “건강식” 목록에 오를 음식이 아니다. 국물 요리에, 나트륨 걱정부터 앞서는 음식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많던 모범생 같은 건강식들이 다 떨어져 나가는 동안 감자탕은 한 달 넘게 내 식단에서 살아남았다. 왜일까?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봤다.
첫째, 우선 맛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다. 저염 도시락을 먹을 때 나는 늘 뭔가를 참고 있었다. 참고 참고, 맛없어도 건강하다고 하니, 그러나 참는 식사는 반드시 보복을 부른다. 감자탕은 참는 게 아니라 먹는 즐거움이 있는 식사다. 먹고나면 솔직히 뿌듯하기도 하고, 다른게 생각이 안생긴다. 일주일에 한 번, 이 식사가 있다는 것만으로 나머지 요일의 밋밋한 식단을 버틸 힘이 생겼던 음식이다.
둘째, 뜯어보면 구성이 나쁘지 않다. 감자탕의 본체는 돼지 등뼈에 붙은 살코기와 우거지, 시래기다. 단백질과 채소, 식이섬유다. 문제는 국물과 흰밥이지, 건더기가 아니다. 그렇다면 답은 간단했다. 문제가 되는 부분만 통제하면 되지 않을까?.
셋째, 혼자서도, 밖에서도 먹을 수 있다. 혼밥을 하는 음식점들은 많지만, 의외로 혼자 밥을 잘 먹지 못하는 나로써는 감자탕 1인식은 나에게 참 반가운 음식중에 하나다. 건강한 음식은 대부분 내가 직접 조리해서 만들어야 가장 솔직한 건강한 음식이다. 다만 남자 그것도 중년의 내가 이런 짓을 하기엔 너무 게으르고 번거롭다. 그래서 결국 집에서 만들어야 하는 건강식은 안만들게 된다. 그러나 주위를 봐라, 감자탕은 동네 어디에나 있고, 저녁 약속으로도 가끔 동료들과도 충분히 가능한 자연스러운 음식이다.

감자탕을 한 달 넘게 먹을 수 있었던 나만의 규칙 4가지
그냥 먹은 건 아니다. 한 달 동안 지켜온, 그리고 앞으로도 지킬 나만의 규칙이 있었다.
규칙 1. 일주일에 한 번만 간다.
감자탕은 내 식단의 주식이 아니라 보상이다. 주 1회로 못 박아두니 오히려 다른 날의 식단 관리가 쉬워졌다. “오늘 참으면 이번 주 감자탕이 있다”는 건 생각보다 강력한 동기다. 횟수를 정해두지 않았다면 아마 주 3회가 됐을 거고, 그랬다면 이 음식은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규칙 2. 국물은 세 숟가락 이상 먹지 않는다.
감자탕에서 나트륨의 대부분은 국물에 있다. 그래서 국물은 맛을 느끼는 용도로만, 딱 세 숟가락까지만 허용한다. 처음엔 아쉬웠는데, 몇 번 해보니 세 숟가락이면 감자탕을 먹었다는 만족감을 느끼기에 충분하다는 걸 알게 됐다. 뼈에 붙은 고기와 우거지를 건져 먹는 게 이 음식의 본체라고 생각하면 국물에 대한 미련이 줄어든다.
규칙 3. 고기와 야채를 먼저 다 먹고, 밥은 마지막에 먹는다.
혈당 관리하는 분들은 아실 거다. 같은 밥이라도 먹는 순서에 따라 식후 혈당의 움직임이 다르다. 나는 등뼈 살코기와 우거지, 시래기를 먼저 충분히 먹는다. 그러고 나면 배가 어느 정도 차서 밥 생각이 줄어든다. 밥은 마지막에, 남은 배를 채우는 정도로만 먹는다. 결국 밥은 이런 순서로 먹게 되면 반공기 정도만 먹고 그이상은 남기게 된다. 그리고 절대 하지 않는 것중에 하나는 밥을 볶아 먹는다거나, 말아 먹는다거나 하는 행위는 절대 하지 않는다.
규칙 4. 아무리 배가 고파도 저녁 7시 이후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
이건 감자탕만의 규칙이 아니라 내 식생활 전체의 마지노선인데, 만약 일주일동안 저녁 7시 이후에 추가로 뭔가를 먹었거나 했다면 그 주에 먹는 감자탕의 기회는 없다고 결심한다. 감자탕은 나와의 약속을 잘 지킨 보상의 음식이다. 병원에 있으면서 느꼈던 너무나도 신기한 결과중 하나는 병원은 저녁 5시쯤에 저녁을 준다 그것도 참 조금만 준다. 더군다나 당뇨환자는 밥도 다르다 그런 그시간에 밥을 먹고 다음날 아침 검사시간까지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 물론 링거를 맞고 있어서인지, 아니면 심리적으로 포기하거나 안정이 안된 환경이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다음날 아침 공복혈당이 아무런 약을 복용하지 않았는데도 100이 나왔다는 것이다.
당뇨환자가 이렇게 깨끗한 혈당치가 나왔다는게 너무 기분이 좋았다. 그 기분을 이어가기 위해 아침 공복혈당이 눈에 띄게 안정되게 하기 위해 나는 일단 머리에 쇄뇌를 시킨다. 저녁 7시 이후엔 그냥 먹고싶다, 뭘 먹을까 이런생각은 스위치를 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고민이 처음엔 실천이 잘안되었지만 점점 머리가 쇄뇌를 당했는지 배는 계속 꼬르륵 거리는데 주인이 뭘 주지 않으니 포기하다 잠들게 된다.

한 달을 지나며 느낀 것
완벽한 식단은 유지하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 반대로 조금 타협한 식단이라도 한 달, 세 달, 일 년을 가면 그게 진짜 내 건강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감자탕은 그 타협의 좋은 예였다. 음식 자체를 바꾸는 게 아니라 먹는 방식을 바꾸는 것만으로, “건강식 목록”에 없던 음식이 내 지속 가능한 식단의 일부가 됐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의 이 즐거움 덕분에 나머지 6일의 식단이 무너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감자탕을 먹는 날만을 위해 다른 날은 극도의 저염식을 먹었는냐 그것도 아니다. 그냥 평범한 음식들을 먹었고, 그냥 그런 날속에 하루를 감자탕을 넣어서 즐겁게 먹었고, 먹는 방법을 조금 달리했다는 얘기다.
두번째 음식을 다음편에는 소개하려고 한다. 이 또한 살아남을 지는 모르지만, 아직 3주차 정도 되었는데 그나마 괜찮다고 생각하는 음식이다. 건강하게 즐겁게 먹고 살아야 인생이 즐겁다고 생각한다. 절대 나는 세치혀를 이길 생각이 없다.
이 글은 개인의 경험을 기록한 것으로, 의학적 조언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식단 변경은 담당 의사 또는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